✅ 고비사막 여행 3일차 정리
욜링암 → 게르 체크아웃 → 중간 휴식 → 홍고린엘스 도착 → 점심 식사 → 낙타 타기 → 휴식 → 홍고린엘스 모래언덕 → 일몰 감상 → 모래 썰매 → 샤워 → 저녁 식사 → 술 마시며 휴식
3일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 가게 되는 홍고린엘스는 제가 가장 기대한 장소입니다. 흔히들 '사막'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모래, 낙타, 그리고 그 고요함과 가장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영화 <듄>의 고요하고 웅장한 사막이 인상깊어서 더욱 기대 되었습니다 👏🏻
이른 아침부터 다시 짐을 정리하고 푸르공에 싣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어떤 위치에 짐이 들어가야 하는지 요령이 생겨서 최소한으로 짐을 꺼내서 사용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욜링암의 어두운 협곡과 산이 몇 시간 이후에는 모래 언덕으로 바뀔 기대를 하니 벌써 설레입니다. 고비사막 투어 일정에서 가장 남쪽인 홍고린엘스로 어서 빠르게 출발 해봅니다.
푸르공을 타며 지정석이 따로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하루에 한 번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다섯 자리를 돌아가며 앉았답니다. 동행과 함께 여행하는데 누구는 계속 뒤에 앉을 수 없으니 서로 양보만 하다가 결국 공평하게 앉기로 했습니다. 🤣 다들 친절왕이에요 🫶🏻
사막 한가운데서 즐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시간 정도를 달려서 중간에 작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휴게소에 왔습니다. 배가 고프거나 화장실이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목적은 단 하나, 뇌를 깨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 아무리 아침에 뜨거운 커피를 내려 마셨어도 아아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원하는 사람이 많고 간식도 사는 겸 잠시 내려서 휴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덩치가 큰 강아지들이 그늘에서 쉬거나 돌아다니며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식료품 가게를 잠깐 들러 구경하고 바로 카페로 갑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6천 투그릭이며 한화로 2100원 정도입니다. 이 더운 사막 한가운데서 저정도 가격이면 감사히 마실 수 있습니다. 카드로 결제하고 깨끗한 화장실도 사용하며 커피를 기다립니다.
유럽에서조차 스타벅스가 아니면 아아를 마시기 힘든데, 사막을 따라 여행하는 몽골여행 중 몇 없는 카페에서 이런 감사함을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코로나 이전 고비사막을 방문했던 친구들의 경험을 들어보니 그 때보다 아아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 것 같습니다.
혹은 가이드님이 아아를 파는 휴게소와 가게만 데려와 준 센스를 보여줬을 수도 있죠 🥰 투어 중에는 물어보지는 못했지해서 아쉽지만 어쨌든 혈중 아이스 아메리카노 농도는 위험수치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고비사막 여행이었습니다.
이전과 다르다, 진짜 사막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차에 타서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구경합니다. 처음에는 사막에서 듬성듬성 자랄법한 식물들과 붉은 토양이 주는 이국적인 풍경이 신기했지만, 역시 한 시간 넘게 똑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몽골의 광활함에 바로 잠에 듭니다. 😪
그렇게 다시 두 시간 반을 달린 결과, 갑자기 잠에서 깨니 홍고린엘스에 도착했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과 사뭇 다른 모래 언덕이 보이는 진짜 사막이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저를 반겨주는 낙타들이 신기해서 바로 비디오를 찍었습니다. 🐫 낙타들도 힘든지 한 마리도 빠짐 없이 앉아있더라구요. 물론 낙타들이 묶여있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다이나믹함을 원하지는 않지만 엄청 현실적인 사막의 모습이라 다들 웃었습니다.
뒤에 보이는 모래 언덕들은 멀리 있지만 방해하는 지형지물이 없어 원근법이 무시되는 경향 때문에 작게 보일 뿐 매우 큽니다. 구름이 천천히 움직이며 그림자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그리고 기분탓인지 정말 오랜 시간 뒤에 보면 언덕 모양이 살짝 변합니다 😮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몽골을 여행하며 뭐가 있던 적이 있냐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평탄한 사막이 합쳐지니 눈이 받아들이는 효과는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행 중 가장 열악한 환경이었던 홍고린엘스의 게르를 공개합니다!
울란바토르에서 멀어질수록 게르 및 화장실의 하드웨어가 다운그레이드 되는 것이 체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최남단인 홍고린엘스에서는 매우 딱딱한 침대 매트리스와 함께 빳빳한 이불을 덮고 하루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
어짜피 밤 늦게 술 마시고 누우면 바로 자는 자체 하드코어 일정을 소화할 저라서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침대에 누워서 바깥 모래 언덕과 낙타가 보이는 뷰가 더 낭만 있습니다. 👍🏻
두바이처럼 당일치기로 사막에 들어갔다 나오는게 아니라 모로코 및 몽골과 같이 한가운데서 침대에 누워 사막을 바라보니 진짜 내가 고비사막에 와있음을 실감합니다. 게르의 문양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도 여행을 한 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네요.
짐을 어느정도 정리하고 하영이 점심을 준비하고 더기가 차를 정비하는 동안 홍고린엘스 풍경을 구경합니다. 말도 돌아다니고 있네요. 🐴
저 멀리 건물들과 모래 언덕의 높이가 보이시나요? 뒤에 검은 언덕 없이 모래 언덕만 있어서 체감 상 규모에 대한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직접 올라가며 느껴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
안녕, 낙타 🖐🏻 🐫 💛
사막은 일단 소리가 울리질 않습니다. 대화 음성이 엄청 flat 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마저도 강하지 않고 약하고 미지근하게 불어와서 환경 자체는 물이 얼마 남지 않은 채 조난된 상황처럼 연출이 됩니다. 실제로도 패트병 물도 다음 구매 전까지 양을 조절하며 마셨습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낙타가 더워서 다 앉아있는 줄 알았는데, 끈이 바닥에 짧게 묶여있는 듯했습니다.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는 못해서 자세히 관찰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끈이 길이도 덥고 지쳐서 앉아있지 않았을까요...
그늘진 정자에 앉아서 옷도 말리고 낙타도 구경합니다. 제가 낙타여도 그럴 것 같지만 정말 신기할만큼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냥 멀리서 보면 바위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독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몸으로 터득한 요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행분께 부탁드려 나름 낙타 근처에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이후 낙타를 탈 때도 알게 되었지만, 간혹 낙타가 카메라 셔터음에 놀랄 수 있다고 해서 가까이서는 핸드폰 무음 카메라를 통해서만 찍었습니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
사진을 찍을 때 마스크를 벗을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홍고린엘스가 너무 건조해서 처음에 짐을 놔두는데 코피가 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 다들 가습마스크 챙겨가세요 ~ 정말 미친 성능을 보여줍니다. 준비물 관련해서 궁금하시면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주세요!
몽골 고비사막 0화 :: 쉽게 알아보는 준비물 항공권 투어사 예산 동행
너무나도 더운 8월의 날씨, 저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다가올 대학원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가을학기가 개강하기 전 추석연휴를 활용하면 좋은 타이밍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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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방문한 날씨가 이정돈데 여름에 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적어도 9월 여행중에는 차량 내부에서 등에 땀이 나진 않습니다. 그래도 아까 씹어먹은 아아의 얼음이 그립습니다.
3일차 점심은 K-닭볶음탕 ❤️ 게르로 들어가 점심 메뉴를 보고 바로 느낀 점은 '양고기가 아니라서 좋다' 😅 살면서 양고기가 질릴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몽골이 그걸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매콤한 닭고기가 진짜 너무 맛있었습니다.
배가 고픈 늦은 점심, 김이랑 흰밥까지 받쳐주니 모두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전투적으로 뼈를 발라가며 정신없이 식사를 하였습니다. 게다가 모래 언덕에서 일몰을 보고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라 든든하게 먹어줍니다.
오프로드로 모래바람을 헤쳐서 운전하기 때문에 잠깐만 이동을 해도 차에 먼지가 가득합니다. 그때마다 항상 혼자서 물 청소를 하여 푸르공을 깔끔하게 정비하는 더기가 고생이 정말 많았습니다. 덕분에 언제든 푸르공과 사진을 찍어도 반짝반짝하게 나옵니다!
어제는 말, 오늘은 낙타
점심 먹은 것을 소화시키며 산책할 겸 저 멀리 묶여있는지 자유로운지 모를 낙타들을 줌을 당겨가며 사진을 찍고 구경하던 저는 곧 낙타를 탈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 받습니다. 🙀
욜링암에서 말타기도 무서웠지만, 낙타는 말보다 더 예민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카메라를 게르에 놔두고, 날리는 옷들도 다 벗어서 최소한의 짐으로 낙타를 탈 준비를 합니다.
자칭 '카멜 티쳐'이자 게르를 운영하시는 주인 분께서 끈을 조절하여 낙타를 일으켜 세웁니다. 정말 능숙하게 낙타들을 다루셔서 믿고 탈 마음이 생겼습니다. (안 믿어도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다!) 저는 마지막에 타겠다고 말씀드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낙타를 타보는 경험 없이 돌아가는 것도 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경험은 환영이기 때문에 무섭지만 어제 욜링암처럼 눈 딱 감고 타보기로 결심합니다.
말과 다르게 낙타는 주인분께서 끈을 잡고 걷습니다. 걸음걸이가 당연히 말이 걷는 속도에 비해 느릴거라 낙타는 그러면 괜찮겠지 싶었지만 위아래로 그리고 앞으로 크게크게 움직여서 놀랐습니다.
가까이 가진 못하고 낙타와 어색한 사이 마냥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고비사막 여행 가시는 분들은 버릴 바지 챙겨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말과 낙타에서 나는 냄새가 바지에서 아주 오랫동안 안 빠집니다 ㅎ... 저는 몰라서 낭패를 보았습니다.
저는 쌍봉 낙타 혹 사이 안장에 앉아서 전방의 혹을 잡고 후방 혹에 허리를 지지하였습니다. 생각보다 혹이 단단하였습니다. 그나저나 TMI로 낙타의 혹은 기름으로 채워지는 것 알고 계신가요? 예전까지 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계시면 똑똑해 보일지도...
주인 분께서 30여분의 코스를 돌아주십니다. 일행 5명의 낙타를 한 번에 끌고 말이죠! 제가 맨 앞에서 뒷사람의 끈을 잡아주며 다같이 가게 됩니다.
위의 사진처럼 제 뒷 분이 탄 낙타의 얼굴이 제 몸과 겹치게 되는데, 가끔 제 바지에 얼굴도 비벼주고 낙타끼리 교감도 해서 바지가 아주 엉망이 된답니다. ✅ 무조건 긴 바지를 입고 타시고 아끼는 바지는 입지 않는 것으로 우리 약속해요... 🤙🏻
낙타에서 내린 이후에는 주인 분이 거주하시는 게르에 방문하여 내부를 구경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진이 많아서 전체를 찍지는 않았지만, 낙타를 길들이는 전문적인 사진이 많고 실제로도 자신에게 지금도 배우러 온다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몽골에서 인사의 의미로 손님이 주인이 권하는 코담배 병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교환을 하지만 손님이 코담배가 없을 경우 받기만 해도 된다고 합니다! 몽골 유목민족의 전통 중 하나인 코담배라 신기해서 한 번 체험해보았는데 별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후 해가 지는 일몰 시간에 맞추어 모래 언덕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잠깐 게르 안에서 눈을 붙이기 전에 촬영한 사진들을 아래에 몇 장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홍고린엘스에 도착해서 사막도 구경하고 낙타도 타는 좋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 다음 포스트에서는 제가 몽골여행에서 가장 애정하는 순간이었던 3일차 저녁의 이야기를 보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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